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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을 조기에 정리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들어서도 설탕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달콤한 수익’을 더 얻을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올해 초 설탕 가격이 뛴 직후 관련 투자상품을 매도해 자금을 회수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시장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이들은 최근 설탕 랠리(상승장)에서 소외됐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탕은 올해 세계적으로 가격이 가장 뛴 원자재 중 하나로 꼽힌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3월 인도 원당(설탕의 원료) 선물 가격은 최근 12년 만의 최고치인 파운드당 27센트대에서 손바뀜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백설탕 선물 12월물 가격은 t당 750달러를 돌파했다. 엘니뇨 현상 때문에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지인 인도, 태국 등에서 작황이 부진하고,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우려한 인도의 수출 제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 상당수가 설탕 랠리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에 설탕 ETF 투자로 수익을 확정한 뒤 자금을 뺀 투자자가 많아서다. 올해 10월까지 미국 투크리움 슈가 ETF(티커 CANE)와 영국 위즈덤트리 슈가 ETC(Exchange Traded Commodity·SUGA)에서는 총 2500만달러(약 33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설탕 투자상품의 올해 수익률은 70%에 달한다.
제이크 핸리 투크리움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는 봄철 설탕 가격이 급등한 뒤 투매했고, 대부분 시장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탕 ETF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간 이유는 설탕 등 일부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원자재 ETF 투자 자체를 줄이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해 9월 사이 미국 전체 ETF 투자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원자재 ETF 투자액은 감소했다. 밀, 옥수수 등 다른 대표 농작물 가격이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자 원자재 투자 기피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설탕, 코코아 등 연성 원자재 가격은 최근 몇 달 새 최고치로 치솟았다.
핸리 전략가는 “CANE 같은 단일 원자재를 담는 ETF는 주로 헤지펀드나 원자재 전문 트레이더의 투자 영역”이라며 “하지만 개인투자자도 설탕 같은 원자재 투자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니카 굽타 위스덤트리 거시경제 연구책임자는 “인도, 태국의 공급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브라질에서도 물류 문제로 설탕 수출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설탕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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