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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은 미국에서 꺼져라.”, “티베트와 홍콩을 독립시켜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막한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주변 곳곳에서 각종 시위대의 고성이 울렸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친중, 반중으로 나뉘어 서로를 비난했고, 이외에 전쟁, 무역협정, 기후대응 등과 관련된 다양한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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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20여m 도로 맞은편에선 반중 단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CCP VIRUS(중국 공산당 바이러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100여명의 시위대는 옷에 ‘Free China(중국에 자유를)’, ‘Free Uyghur(위구르에 자유를)’라는 문구를 붙였다. 시위대 중 한 사람은 몸싸움을 벌인 듯 얼굴에 상처가 난 채로 친중 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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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반중 단체가 길 한가운데 마주쳐 서로를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반중 단체는 “공산당은 미국에서 꺼져라.”, “시진핑은 독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칫 몸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경찰 병력이 이들 가운데 버티고 서 있어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가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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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간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열린 회의장 주변에서도 ‘APEC 반대’ 연합이 주도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행사 참석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다이-인’(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행동)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날 정오엔 시위대 수백명이 회의장 컨벤션 센터 인근 중심가를 행진하며 “티베트를 독립시켜라.”, “홍콩에 자유를 주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노동자 권리, 기후변화 대응 등을 주장하는 시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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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국가 특별 안보 행사’로 지정하고 샌프란시스코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관을 거리 곳곳에 배치했다. 경찰 병력은 주요 지점에서 행인들의 움직임을 주시했고, 순찰차가 주변을 돌며 거리 상황을 살폈다. 하늘에선 헬기가 원을 그리며 지상 상황을 둘러봤다.
모스콘센터 주변에 3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다. 회의장 주변 일대 도로에 차량 출입은 금지됐다. 일반인들도 정해진 입구 외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철제 울타리가 곳곳의 길을 가로막아서 제대로 통행할 수 없었다. 미로처럼 길을 찾아다녀야 했다. 행사장 근처로 진입하기 위해선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데, 이곳에선 공항 수준의 검문 검색을 받아야 했다. 행사와 관계없이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는 관광객과 행인들은 통행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현장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 주민은 “타깃 매장에 가려고 하는데 곳곳에 길이 막혀 제대로 갈 수가 없다”며 “경찰이 돌아서 가라고 설명하는데 방향이 어디인지 헷갈린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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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를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산마테오 해이우드 지역의 '필플리 히스토릭 하우드 앤 가든'에서 열렸다. 이날 경찰은 필플리 가든으로부터 5㎞ 떨어진 도로를 폐쇄해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샌프란시스코=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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