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절망" 이재명 대선 지자 슬퍼한 판사…'엄중 주의'

입력 2023-11-17 07:17   수정 2023-11-17 07:18


선거 때마다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서울중앙지법 박병곤(38·사법연수원 41기) 판사에게 대법원이 '엄중 주의' 처분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법관이 임용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를 맡는 박 판사는 지난 8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하자 일각에서는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을 의심하는 시각이 나왔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 판사가 관여한 명예훼손 재판 35건 중 실형을 선고한 건 정 의원 사건이 유일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판사의 재판 중립성은 제1의 원칙"이라며 "사건에 대한 판결은 어떤 법관이 맡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동일한 잣대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박 판사가 법관 임용 후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써온 사실도 알려졌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대선에서 패하자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이 패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등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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