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1월 11일자 A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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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마다 산재 진단서가 잘 나온다고 소문이 난 ‘거점 병원’이 있다”며 “근로자들이 정보를 공유해 산재, 병가를 신청할 때 자주 활용하는데 사무장 병원인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산재보험 재정 부실화를 문제 삼으며 공단-병원-환자로 이뤄진 ‘산재 카르텔’ 의혹을 제기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근로복지공단에 ‘부당 청구’된 진료비는 총 36억6000만원이다. 이 중 사무장 병원이 챙긴 금액은 31억2900만원에 달한다. 미환수된 부당 청구 진료비 32억900만원의 96.8%(31억800만원)도 사무장 병원에서 발생했다. 최근 6년간 30곳의 사무장 병원이 적발돼 21곳이 지정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고용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명의 인원을 투입해 ‘산재보험 기금 부실화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감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실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산재 카르텔을 언급하며 “전 정부의 고의적 방기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 보험재정 부실화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 ‘사무장 노무법인’도 감사 대상에 올랐다. 사무장 노무법인은 공인노무사가 브로커들에게 노무사 자격을 빌려주는 법인을 말한다. 한 노무사는 “브로커들이 산재 사고 지급요건을 조사하고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공단 직원에 대한 로비를 심하게 벌여 산재 승인율이 오른다는 지적이 있다”며 “일부 노무법인은 산재 승인 시 수수료를 떼먹는 대가로 브로커에게 노무법인 지사를 설립해줘 활동을 방조한다”고 말했다. 산재 브로커들은 자격을 빌린 노무사에게 수수료를 떼줘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수임료를 요구하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산재 분야에서 이런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산재 승인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다. 2016년 7068명에 불과하던 업무상 질병 요양자는 2021년 세 배 수준인 1만9183명으로 증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제조업체 소속 근로자의 1인당 산재 요양 기간은 2016년 206.3일에서 지난해 308.3일로 늘어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 산재보험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를 보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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