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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한 유럽 겨울, 가스 한달 더 비축
추운 겨울 보내도 가스 저장량 35% 남아
중동 분쟁에도 TTF가스 이달 9.3% 하락
유럽이 따뜻한 초겨울을 맞으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유난히 온화한 날씨로 겨울 난방 시즌이 늦게 시작되면서 유럽 천연가스 재고가 예년보다 훨씬 늦은 가을까지 계속 쌓였다"고 보도했다.
EU(유럽연합)와 영국은 매해 봄부터 다음 겨울까지 천연가스를 저장한다. 올해는 지난 3월1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천연가스를 쌓아뒀다. 비축 기간은 총 234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비축 기간인 207일보다 한 달가량 길다.
이는 북서유럽이 온화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초겨울 날씨를 맞은 결과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온은 10월부터 이날까지 총 52일 중 42일이 다른 해 평균보다 높았다. 난방 시즌의 약 17%를 지나온 가운데 지금까지 난방 수요는 평균보다 38% 낮다.
이에 지난 6일 EU 및 영국 천연가스 재고량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20% 많은 1146TWh(테라와트시)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가스 저장고는 평균 89% 찼는데 올해 저장률은 99.6%로 집계됐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유럽이 올겨울을 충분히 날 수 있는 가스를 비축해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겨울에 지난 10년 유럽 평균 소비량만큼 가스를 쓴다고 가정하면 가스 저장량은 약 591TWH(52%) 남는다.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면 401TWh(35%), 따뜻한 겨울이면 804TWh(70%) 남는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그럼에도 EU는 에너지 보조금 규제 완화제도를 반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겨울철 난방비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중동 위기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이었던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 종료 시점을 내년 6월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TCTF는 27개 EU 회원국이 자국 내 산업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엄격한 승인 심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제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인 지난해 3월 도입됐다.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이 가득 차 있고 겨울도 평소보다 늦게 오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세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4.4% 하락한 45.28유로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는 9.3% 하락했다. 지난 20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선박을 나포하면서 중동 분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한때 6.8% 가까이 올랐으나 하루 만에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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