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긴축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에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가 다시 자극을 받을 요인이 충분하다며 섣부른 낙관론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2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53% 상승한 3만5273.03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0.46% 뛴 1만4265.86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1.01% 상승하며 지난 7월 기록한 52주 최고치(1만4446.55)에 근접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세가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한때 5%에 육박하며 1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국채 금리는 4.4%까지 급락했다. 연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을 시장에서는 '긴축 종료'로 해석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산타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신중론도 적지 않다. 긴축이 끝났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주된 이유는 물가와 고용지표다.
11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에서 '1년 인플레이션 전망'은 4.5%로 집계됐다. 2개월 연속 상승세로 올해 4월 이후 최고치다. 월간 소비자심리지수는 61.3을 기록했는데 이는 예상치(60.4)를 소폭 웃돈 수치였다.
고용지표도 다시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양호한 고용지표는 미래 소비여력의 증가로 이어져 긴축을 이어가는 배경이 된다. 미국의 11월 3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0만9000건으로 시장 예상치(22만6000건)를 크게 하회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9월부터 8주 연속 증가했지만 이같은 흐름이 끊긴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이 금융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와 통화정책 등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굵직한 이벤트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목해야할 것은 30일에 있을 산유국 협의체 OPEC+ 장관회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 초 배럴당 90달러선을 웃돌았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현재 75~76달러선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번달 OPEC+ 회의에서 감산이 이뤄질 경우 유가는 재차 요동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유가는 인플레와 직결되는 변수로, '깜짝 감산' 결정이 나온다면 인플레 공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연준 위원들의 연설도 이달 말에 다수 예정돼 있다. 29일에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가, 30일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총재가 연설을 계획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서 추가 긴축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경우 국채금리와 증시는 다시금 자극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더 늦추는 이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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