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A.35149305.1.jpg)
이학래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사진)는 23일 서울 신사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불거진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후퇴와 관련해 이같이 제언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이 종이 빨대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싸서”라며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지 못하겠다면 차액을 지원해줘서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너무 이상적이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여의찮아지자 원상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번엔 종이 빨대 가공업체들이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40년 이상 제지산업을 연구한 이 교수는 종이의 ‘친환경성’에 대해 정책당국이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종이는 원료가 바이오 소재여서 태생이 친환경적”이라며 “재활용률 등을 따져보면 플라스틱은 바다 등으로 향하는 오염물질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제지업계와 석유화학업계 간 대립각이 세워지는 부분은 경계했다. ‘제로섬’이 아니라 손을 잡으면 더 친환경적인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플라스틱 중 일부만 종이가 대체할 수 있다”며 “다만 플라스틱과 종이를 합쳐 더 친환경적인 제품이 나온다면 양쪽 업계를 위해서,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종이와 플라스틱을 혼합한 맥주병이 등장한 바 있고 국내에서도 뚜껑은 플라스틱인데 포장재는 종이를 쓰는 화장품 용기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국내 제지산업은 생산량 기준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최근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의 진출에 내수시장에서도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기업끼리 필요에 따라 과감히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