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시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출입문을 밀어 문 앞에 있던 노인을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최형철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0월 31일 오전 10시께 충남 아산시의 한 건물에서 외부로 나가면서 문을 밀어 개방해 바깥 쪽에 서 있던 B(76)씨를 충격했다. 넘어진 B씨는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고, A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출입문 안쪽에는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었으나 A씨는 문을 밀어서 열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출입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출입문과 부딪힌 뒤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보도블럭에 부딪혀 사망하는 것까지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출입문이 반투명 유리로 돼 있어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사람이 있음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고 과실치사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주된 범죄사실)로, 과실치상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출입문 앞에 바짝 붙어 서성이고 있었는데 당시 오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출입문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출입문이 투명하지 않아도 밖에서 피해자가 서성이는 실루엣이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되고 피고인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부주의하게 출입문을 열다가 피해자를 충격해 상해를 입혀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고 봤다.
다만 "과실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다 한 점과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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