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분양된 아파트들이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후분양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후분양 아파트는 건축공정률이 60% 이상에 가능하기 때문에 실물을 보고 계약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준공 및 입주를 두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다보니 실수요자들은 후분양 아파트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지연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공사들은 인건비와 자잿값 상승, 원재자 수급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 따라선 운송노조의 파업,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조치 등이 맞물리면서 공사기간이 늘었다.
사정은 어쩔 수 없다지만, 입주예정일을 기다리고 있었던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따로 없다.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시기에 맞춰 집을 내놓거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경우들이 많다. 한 마디로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납기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불어났다.
지난 24일 인천 서구 왕길동에 문을 연 '왕길역 로열파크씨티'(1500가구) 모델하우스에도 이러한 관심이 반영된 모습이었다. 모델하우스와 아파트 건설현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있었다. 8m 높이의 문주를 비롯해 인도어 골프장이 설치되는 커뮤니티 시설들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아파트 전면의 공원도 절반 이상 조성을 마친 상태로 미리 둘러볼 수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들이 준공에 임박해서야 조성하는 것과는 달리 미리 조경들을 만들어놨다.
주말 3일 동안 인천은 물론 김포, 부천, 고양, 서울 등지에서 수만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방문했다. 오픈 당일에는 홈페이지 접속자가 급증하면서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에서 실시간 방문자 수가 일시적으로 5000명에 달했다.
후분양 아파트는 시행사 혹은 조합이 자금을 자체 조달해서 짓다가 일반에 분양을 나서게 된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비용이 미리 반영되고, 각종 자금을 사업체에서 부담하게 된다. 준공을 얼마 안 남기고 공급하다보니 주변과 시세 차이가 크게 없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시행사인 DK아시아는 이러한 부담을 금융혜택과 각종 옵션으로 낮추고자 했다. 33가지로 제공되는 풀옵션이 대표적이다. 간접조명, 각종 외산 내장재,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최신 LG시스템 에어컨과 냉장과 냉동 그리고 김치냉장고로 구성된 컬럼 빌트인 냉장고 등이다. 최근 모델하우스에서 '유상옵션', '플러스옵션' 등으로 표기돼 따로 비용이 청구되는 옵션들이다. 쉽게 말해 모델하우스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품목들이 그대로 시공된다는 얘기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제공한다. 내년 9월 입주 때까지 계약금 10%만 유지하면 되는 셈이다.
준공시기는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DK아시아는 공사비 1233억원을 미리 증액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건축 부문 1020억원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시공하고 있는 조경 부문 213억원이 포함됐다. 공사 막판에 시공사와의 줄다리기로 인한 입주지연 가능성은 적을 전망이다.
한편 현장에는 강남권에서 수요자들이 찾은 점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검암역에 서울지하철 9호선 직결사업이 확정되면서 수요층이 넓어진 탓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을 통해 서울지하철 9호선을 탈 수 있게 된다. 급행 기준으로는 검암역에서 신논현역까지 40분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청약문턱은 낮다. 세대주·세대원 관계없이 19세 이상 수도권 거주자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다. 실거주 의무가 없고, 주택수와 무관하게 1순위 청약도 된다. 재당첨 제한이 없지만, 전매제한은 6개월이다.
인천=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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