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경제협력 강화는 공감…北 문제엔 평행선

입력 2023-11-26 18:27   수정 2023-11-27 02:29


한·일·중 외교장관이 26일 3국 정상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하면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 등은 원론적 의견을 주고받는 데 그쳤지만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 등에선 의견을 같이했다.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국, 실질적 협력 추진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장관은 이날 외교장관회의에서 인적 교류, 과학기술 및 디지털전환, 기후 변화, 보건·고령화, 경제통상, 평화안보 등 6개 분야에서 3국의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인적 교류와 감염병 예방, 대기오염 대응 등 3국 정부가 이견 없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국 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3국 협력 제도화를 위한 최종점은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라고 했다. 이어 “정상회의 개최와 3국 협력 복원 정상화에 대해선 왕 장관도 여러 번 강력히 지지했다”며 “방향성에는 중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 풀리나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서먹해진 한·중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3국 정상회의에 총리가 대표로 참석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 총리를 만나면 다음 수순은 시 주석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양국 정상이 3분가량 악수한 뒤 담소하는 데 그치면서 한·중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 방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시 주석 방한에 대해 “한·일·중 정상회의를 먼저 하고 나서 그다음 수순으로 저쪽에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탈북민 북송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는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로 나오는 게 한·중의 공통 이익”이라며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왕 장관은 “중국은 한반도 상황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며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탈북민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왕 장관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북한에 강제 송환하고 있다. 왕 장관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군사합의 가운데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선 한·중 관계 발전에 경제협력이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데 공감하고 협력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왕 장관은 박 장관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지지 요청에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방중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일·중 3국 외교장관 만찬과 기자회견은 왕 장관의 일정을 이유로 무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 분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부산=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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