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쓰레기매립장에 전국 최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 울산시는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남구 태화강역 인근 옛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 22만6653㎡에 54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공사는 내년 7월 착공해 2025년 10월 마칠 예정이다. 울산시는 최근 매립장 완충녹지에 대한 보상을 마무리했다. 이 녹지는 롯데정밀화학 소유 16개와 개인 소유 1개 등 17개 필지로 구성됐으며, 수목 등 지장물은 26건에 달한다.
삼산·여천매립장은 1970년 국가공단 주변 완충녹지로 지정된 뒤 1981년부터 1994년까지 쓰레기 매립이 이뤄졌다. 이후 2009년까지 15년간 안정화 기간을 거쳤다. 현재는 나무와 잡풀이 자란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
울산시는 여기에 50~70m 길이의 파3 4개 코스, 80~120m 파4 10개 코스, 120~150m 파5 4개 코스 등 최소 36홀에서 최대 54홀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클럽하우스·연습장·샤워공간, 그늘집 개념의 매점 같은 부대시설도 짓는다. 전체 부지 가운데 순수 파크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8만여㎡다. 주변은 수목으로 꾸밀 예정이다. 울산시는 완공 후 전국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중장년층의 대표적인 생활스포츠로 손꼽힌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지만, 54홀 규모에 클럽하우스까지 갖춘 골프장을 쓰레기매립장에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다만 쓰레기매립장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면 먼저 낙동강유역환경청 승인이 필요하다. 시료 채취와 분석 등을 거쳐 환경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 파크골프장을 포함한 체육시설 설치나 나무 식재 등을 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울산시는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는 매립장 완충녹지를 태화강 국가정원과 함께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장소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과거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 사례처럼 한때 쓰레기가 묻혀 방치된 땅이 미래 정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는 내년에 박람회 개최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승인을 얻고, 2025년에는 조직위원회 구성과 박람회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2026~2027년 권역별 시설 공사와 시범 운영을 거쳐 2028년 박람회를 개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도심 속 방치됐던 쓰레기매립장을 활용해 대한민국 정원 문화·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한다는 의미가 있어 박람회 유치 타당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며 “‘정원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하는 울산의 역량과 의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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