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다음 달까지 수도권 시도경찰청 소속 기동대를 서울 지역에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 경찰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대신 다른 지역 경찰로 ‘땜빵’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지역 기동대는 출동 여비 지급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서울 지역 경찰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까지 경기남부경찰청과 인천경찰청 소속 기동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주 각 지방경찰청에 이를 전달했다. 경찰청 방침에 따라 평일 기준 경기남부청과 인천청은 각각 기동대 3개 중대와 1개 중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경기북부경찰청도 상황에 따라 서울 지역에 기동대를 파견할 계획이다.
서울청 소속 기동대의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 기동대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업 근무자’로 분류되는 기동대 소속 경찰의 근무 시간은 법정 근무 시간과 초과근무 시간으로 구성된다. 월별 법정 근무 시간은 평일 날짜 수에 8시간을 곱한 값이다. 올해 11월은 평일이 총 22일 있어 법정 근무 시간은 176시간이 된다. 기동대가 한 달에 할 수 있는 초과근무는 최대 134시간이다.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집회·시위 등 각종 행사가 많아 초과근무가 잦다. 이 때문에 134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이 같은 초과근무 상한선이 더욱 낮아졌다. 경찰청이 하달한 초과근무 자제 관련 지침에 따르면 기동대의 경우 이번 달 초과근무 상한선은 서울청이 52시간, 경기남부청은 47시간으로 각각 제한됐다. 실제 근무 시간이 이보다 많더라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청의 서울 지원 방침이 알려지면서 기동대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찰청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 아직 법정 근무 시간을 활용할 여유가 있거나 초과근무가 많지 않은 지역의 기동대를 서울청 대신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말에 집회나 행사가 많다 보니 통상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 소속 기동대가 특정 행사에 대한 대응이 아닌, 일정 기간을 정해 서울 지역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반박도 있다.
일부 시도경찰청에선 ‘타청지원여비’도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타청지원여비는 시도경찰청 기동대가 다른 지역에 지원갈 때 지급되는 돈으로, 1일당 약 1만2500원이 지급된다. 경기남부청 등 일부 시도경찰청에선 관련 예산이 소진돼 이 금액이 지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은 다른 분야에 배정됐던 예산 중 남는 금액을 전용해 타청지원여비를 다시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며 "미지급분까지 소급해서 올해 안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의 ‘살림살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연말까지 초과근무 신청과 자원 근무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청 근무 혁신 강화 계획’을 전국 시도경찰청에 전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야외 집회·시위가 증가한데다 흉기 난동 범죄로 특별치안 활동이 늘어나면서 수당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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