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한은이 7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만 계속 커지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기존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도 생산(-1.6%)·소비(-0.8%)·투자(-3.3%) 지표가 모두 전월 보다 뒷걸음치면서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6% 하락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최근 미국의 양호한 물가 지표 등으로 미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당장은 물가 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은 점도 한은의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 등을 고려해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불어나는 데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져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까지 아직 남아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한은 역시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