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신흥 억만장자 가운데 상속인 유형이 자수성가형보다 더 많은 재산을 축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30일(현지시간) 낸 보고서(2023 Billionaires Ambitions Report)에서 최근 1년(올해 4월 초까지 기준) 동안 세계에서 137명이 신규로 억만장자 대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자수성가한 신흥 억만장자 84명의 자산은 총 1407억달러(약 183조원)였고, 상속인 억만장자 53명의 자산은 1508억달러(약 197조원)였다. 인당으로나 총액으로나 상속인 억만장자가 자수성가형보다 더 부유한 것이다. 상속인 억만장자의 자산이 자수성가형보다 많은 건 UBS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UBS의 글로벌 자산관리전략 고객 책임자인 벤저민 카발리는 “이번에 새로 탄생한 억만장자 대부분은 기업가 정신보다는 상속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도 1000명 이상의 억만장자가 약 5조2000억달러를 자녀에게 물려줄 예상이라 상속인이 신흥 억만장자가 되는 현상은 앞으로 20~30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UBS의 글로벌 가족 및 기관 자산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맥스 쿤켈도 “부의 대물림은 이제 정말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쿤겔 CIO는 이 기간에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자수성가형 억만장자가 상속인보다 부를 적게 축적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 이하로 ‘부의 대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추세”라고 보도했다. 리서치 회사인 세룰리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045년까지 약 73조달러가 상속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 상속을 받아 억만장자가 된 상당수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UBS는 또 조사 기간 동안 세계 억만장자 수는 2376명에서 2544명으로 전년보다 7%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억만장자들의 명목 자산은 9% 늘어난 12조달러로 추산됐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일가의 부가 많이 늘어난 결과 지역별로는 유럽 ‘슈퍼리치’ 자산이 급증했다고 UBS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억만장자의 62%는 인플레이션,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보다 지정학적 문제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세대별로 시각 차이도 보였다. 1세대 부자들이 미국 경기 침체 및 기타 즉각적인 위협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고령인 1세대는 채권과 사모크레디트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2세대 억만장자들은 주식 등 위험 자산 투자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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