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8년차 중견 스타트업 세이프웨어는 설립 이후 외부 투자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흑자를 내며 살아남았는데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웨어러블 에어백'입니다. 조끼 형태로 제작돼 산업 현장에서 몸을 보호해주는데요. 이 기술을 갖고 2022~2024년 CES에서 3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이 회사 창업자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바닥에 매트 한 장을 깔아둔 채 직원들이 조끼를 입고 5미터 위에서 수백, 수천 번을 뛰어내렸어요. 나중엔 스턴트맨도 고용했죠. 다음날 온 몸이 부서질듯 아파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혹한기' '침체기' 같은 키워드 속에서 외부투자 없이 흑자경영을 이어가는 스타트업이 있다. '웨어러블 에어백'을 만든 세이프웨어 얘기다. 입을 수 있는 형태의 에어백을 개발해 낙상 등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걸 갖고 CES에서 세 차례나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열린 미국의 권위 있는 발명상인 에디슨어워드에서는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SK네트웍스 출신 신환철 대표(사진)가 아내인 배경란 대표와 함께 2016년 창업했다. 신 대표는 SK네트웍스 재직 시절 소방이나 응급 시에 사용하는 이동형 응급차량 기획을 총괄했다. 퇴사 후 응급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고 예방’이라고 생각해 관련 아이템 개발에 나섰다.
<i>(등기부등본 상 회사의 공식적인 대표이사는 배경란 씨다. 신환철 씨는 사내이사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신 씨가 대표의 역할을 하고 있어 회사 측의 요청에 따라 편의상 대표로 표기한다. 회사는 내년 중 신환철·배경란 공동대표 체제로 조직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
가장 위험한 '3미터' 사망사고 막는다
최근 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신 대표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일어나는 모든 '안전'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8년차 스타트업 세이프웨어의 주력 제품은 웨어러블 에어백 'C3'이다.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 몸을 보호해주는 조끼다. 작업자가 안전고리를 잘 체결하지 않는 2~5m 높이의 작업 환경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보통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져야 위험하다고 인지하지만, 사실 가장 사고가 빈번한 높이가 3m 정도라는 데 착안했다는 게 신 대표의 말이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에어백에 내장된 감지 센서를 통해 작업자의 추락이 감지되면, 전자식 인플레이터(팽창 장치)가 에어백을 0.2초만에 팽창시킨다. 펼쳐진 에어백이 목, 척추, 허리, 골반, 갈비뼈 같은 취약 부위를 보호한다. 조끼가 추락을 인식하는 동시에 지정된 비상연락망에 사고 상황을 알리는 '응급콜' 기능도 넣었다. 신 대표는 "내장된 제품 센서는 충전 방식으로 완충하면 100시간 넘게 사용할 수 있고, 카트리지 모듈을 교체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센서 알고리즘 기술을 강조했다. 조끼에 내장된 센서가 초당 1000프레임 정도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착용자의 동작이 추락인지, 아니면 일상적인 동작인지 판단한다. 통상 80cm 정도 자유낙하하면 추락으로 판단하는데, 이 속에서도 착용자의 다양한 자세를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그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히면 화면이 전환되는 원리와 비슷하다"며 "몸이 몇 도 젖혀졌는지, 목이 얼마나 뒤로 갔는지 등을 센서가 분석해 이게 의도적인 '뛰어내림'인지 추락 사고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에어백을 부풀리고 터뜨리는 기술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에어백보다 발열량이나 무게를 줄여 '입는' 형태에 적합하게 만들었다. 또 화약을 사용하는 차량용 에어백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 덕분에 터질 때 충격으로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차량용 에어백의 단점을 보완했다.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작은 용기에 압축해 담은 것도 기술력이라고 신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통상 1.5m 높이에서 추락하면 몸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약 0.6~0.7초 정도가 걸리는데, 0.35초 안에 에어백을 터지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낙상사고 방지용 에어백 외에도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위한 모빌리티용 에어백도 내놨다. 내년엔 노인 낙상을 방지하거나 아기들의 질식사를 방지하는 제품군으로도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2021년 4억원, 지난해 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 대표는 "주요 건설사들을 비롯해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잦은 백화점, 마트 등 9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귀띔했다.
"고어텍스처럼 '인증 마크' 목표"
신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먼저 브랜드를 선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가 말하는 웨어러블 에어백 시장은 아직 2500억원 규모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기존에도 추락 방지망처럼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솔루션은 나와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추락 사망사고는 크게 줄지 않았다"며 "A형 사다리를 놓고 하는 간단한 작업, 래미콘이나 유조차 위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 등 겉보기에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은 분야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작업엔 안전망 같은 걸 설치할 수도 없는데, 이렇게 기존 안전 대책이 잘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노리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신 대표는 스스로 '퍼스트 무버'라고 자평했다. 에어백에 적용되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살신성인했다. '매트 위 점프'도 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가 하면 오밤중에 홀로 인플레이터가 잘 작동되는지 실험하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쇳덩이로 된 인플레이터가 잘못 터져 머리 바로 위로 날아갔다. 그는 "사업 초기엔 아예 사무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먹고 자며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이 탓에 처음엔 고객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관심은 많이 받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많았다. '안전'을 담보로 한 채 내세울 것 없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선뜻 쓰겠다고 나서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다행히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선정돼 정부가 직접 테스트베드가 돼 줬다.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고객사도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칼부림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방검·방탄 분야 웨어러블 소재로도 영역을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엔 스케일업을 위해 첫 외부 기관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내년 상반기 중 시리즈A 라운드 성격의 투자에서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대표는 "나중에는 웨어러블 형태를 넘어 백팩에 에어백을 넣는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제품을 늘리려 한다"며 "고어텍스 라벨이 붙은 옷은 기능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세이프웨어 로고가 붙은 제품이 '특별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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