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 "실생활로 파고드는 AI…글로벌 주도주 될 것"

입력 2023-12-07 08:23   수정 2023-12-07 08:24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죠. AI(인공지능) 기술도 금방 그렇게 될 겁니다. 앞으로의 증시 주도 종목도 여기서 찾아야죠"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증시를 주도했던 전기차와 2차전지는 치열한 경쟁시장에 접어들었다"며 "AI가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할 테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없는 생활 상상 안돼…AI도 그렇게 될 것"
이경수 센터장은 AI가 우리 삶을 바꿔놓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PC와 인터넷이 보급될 때 IT버블이 생겼고, 스마트폰의 등장을 기점으로 나스닥 강세가 이어졌다"며 "AI도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기술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AI 주도주 찾기가 아직 출발점에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어느정도 성숙하기전까지는 AI와 관련된 종목이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는 엔비디아가 AI 테마를 이끌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이 바짝 따라붙고 있다"며 "당분간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국내 AI 테마를 이끌 종목으로는 네이버와 SK하이닉스를 점찍었다. 네이버는 AI 기술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SK하이닉스는 AI에 활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구글보다 네이버를 많이 활용한다"며 "검색과 학습이 누적돼야 하는 생성형 AI 특성상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AI 기술의 확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클라우드가 아닌 개별 기기에서 AI가 학습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센터장은 "B2C AI 시대가 본격화 될 것"이라며 "AI는 자율주행과 인공위성을 통한 데이터 전송까지 연결돼 있어 쉽게 사그러들 테마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내년 증시, 나올 위기는 다 나왔다"
이경수 센터장은 내년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를 둘러싼 여러 악재들이 대응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글로벌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가계대출 부실 ▲부동산 PF 문제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 ▲미국의 고강도 긴축 등을 꼽았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처럼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을 때 증시는 쇼크를 받지만, 지금 언급되는 요인들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가계대출과 부동산 PF의 경우 금융당국이 오래 전부터 위험 규모를 파악해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금융위기 같이 모두 힘들 때는 지원할 여력이 없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며 "은행과 자산운용사, 증권사의 손실 정도로 충분히 매듭지을 수 있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도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올해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그동안 고수해온 3%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침체 상황을 타개하려는 취지다. 이 센터장은 "미국 역시 고강도 긴축으로 통화량을 크게 줄여놓은 상황"이라며 "침체가 왔을 때 쓸 수 있는 카드, 정책 여력을 마련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75~100bp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 지표(근원CPI)가 내년 하반기에는 2.5% 이내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따른 증시 기대감은 2분기부터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美 기술주 보유, 장기채 매수…신흥국은 글쎄"
이경수 센터장은 내년 자산배분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 기술주'와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을 것을 조언했다. 금리 인하와 AI 테마가 주도하는 시장이 열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AI를 주도할 기업이 어디인지 판가름 나기 전까지는 기술주는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빅테크로 구성된 ETF를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채권 가격 상승)가 예상되는 만큼 듀레이션이 긴 미국채 ETF도 좋은 투자 선택지로 판단했다.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남겼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신흥국의 투자 매력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중국이 너무 소외된 경향이 있어 중국 소비 수혜주를 살펴보고는 있다"면서도 "불황형 소비 중에서도 너무 소외됐던 건 없는지를 찾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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