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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는 2016년부터 행정안전부와 함께 전국 17개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재난 경험자의 심리 회복에 앞장서 왔다. 국내뿐 아니라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실시한 바 있다. 루마니아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을 위해 현지 적십자·적신월사와 협력해 심리 지원을 제공 중이다.
지난 10월 지진 피해를 본 주민과 시리아 난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지지 활동을 하는 튀르키예적신월사 봉사센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전쟁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떠나 국경을 넘은 아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주려는 많은 이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본 아이들의 천진하고 선한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재난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직후에 제공되는 심리적 응급처치(PFA: psychological first aid)는 재난 경험자의 초기 고통을 경감하고 장기적 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여기엔 보기, 듣기, 연결하기의 세 가지 행동 원칙이 있다. ‘보기’ 단계에서는 정보를 파악하고 피해자의 필요사항과 정서적인 반응을 살피고 ‘듣기’에서는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상호 해결책을 모색한다. 마지막 ‘연결’에서는 대상자가 보다 나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계 작업을 한다. 일련의 활동은 재난 경험자의 일상 회복을 돕고 심리적인 반응을 안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심리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반복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IASC: 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에서 발간한 ‘재난 시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재난 시 심리 지원은 약물치료 없이 지원해야 하며 모든 구호요원은 기본적인 심리적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 역시 필요한 때다. 정부·학계·의료계 등이 합심해 재난 심리회복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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