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표준점수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이동건 씨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학 22번은 풀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걸린다고 해서 킬러문항 논란에 휩싸인 문제다.
이 씨는 표준점수 총점 449점으로 전국 1등을 기록했다. 국어 150점, 수학 148점, 화학Ⅱ 80점, 생명과학Ⅱ 71점이다. 생명과학Ⅱ에서 1문제를 틀려서 만점을 놓쳤다.
그가 수능 만점자인 유리아(용인외고)씨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과학탐구 Ⅱ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과탐Ⅱ를 선택한 학생과 과탐Ⅰ을 선택한 학생 간의 표준점수 차이는 12점에 달한다. 유일한 만점자인 유 씨는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해서 435점의 표준점수 받았다.
이 씨는 "예전부터 심화 과목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며 "목표로 하는 서울대의 경우 과탐Ⅱ과목을 두 개 선택할 시에 가산점 5점을 준다는 점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내신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이 수능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자평했다. 이 씨는 "국어 영역의 경우 기출 문제 분석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출제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인 판단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들을 파악하고자 다양한 문제들을 최대한 많이 풀어보려고 노력했다"며 "수학은 ‘내가 지금 이 문제에서는 어떤 개념을 활용하고 있나’ 하는 메타인지를 하면서 풀었던 것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는 고등학교 때 단어를 하루도 빠짐없이 외웠기 때문에 구문 독해하는데 굉장히 편했다"며 "화학Ⅱ나 생명과학Ⅱ와 같은 탐구과목들은 수능 특강이나 수능 완성 교재로 개념 공부를 한 다음에 기출문제와 더불어 실전 모의고사를 매일 1~2세트씩 꾸준히 풀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공부가 안될 때는 영화나 만화책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 씨는 "수학이나 과학탐구 과목을 공부하다가 지루하다 싶을 때는 음악을 들었는데 긴장이 풀리고 집중이 더 잘 됐다“며 ”가끔 공부가 잘 안될 때는 소설책이나 인문학책 등을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사가 꿈인 그는 서울대 의예과를 지망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시 불합격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 의예과에 불합격한 후 다른 대학에 가려고도 했지만 ‘고3 때 정시로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생 마음속에 후회가 남을 것 같아 1년 동안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재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딱하나 틀린 문제는 생명과학Ⅱ의 복제 추론 문제였다. 이 씨는 "평소에도 좀 약한 유형의 문제였고 풀이 과정에서 정반대로 생각하고 풀어서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는 국어영역의 언어와 매체, 문학을 꼽았다. 생명과학Ⅱ에서는 코돈 추론(한 특정한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세 개의 염기 묶음을 뜻하는 코돈을 주어진 정보에 따라 추론하는 유형) 문제의 난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공교육만으로도 이러한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재수 종합학원에 다니면서 이번 수능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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