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플레 논쟁은 '현재진행형'…"물가 잡혔다" vs "충분치 않다"

입력 2023-12-08 18:19   수정 2023-12-09 01:4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일부 내구재를 중심으로 디플레이션까지 일어나고 있지만 월가에선 여전히 인플레이션 논쟁이 뜨겁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등이 둔화하긴 했지만 아직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목표치 2%를 훨씬 웃돌고 있어서다.

7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토머스 사이먼스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던) 미국 소비자 행동의 특이점이 실제로 사라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특이점은 두 가지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 정책으로 쌓인 초과저축액이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시켰다. 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가라앉으면서 여행과 외식 등 그간 누리지 못했던 부문에서 소비가 늘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과저축액이 소진되고, 서비스 부문이 이끌던 임금상승률도 둔화 추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PCE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이고 3개월 평균은 2.4%(연율)다. Fed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수준이다. PCE는 Fed가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CPI보다 더 비중 있게 참고하는 지표다.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과 고용주의 복리후생 비용 등 CPI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물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가 식어가고 있긴 하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의 10월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2~3%보다는 여전히 높다. 앤드루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생산성이 연평균 1% 높아진다고 가정하면 현재 임금 상승률은 약 3~4%의 인플레이션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채권 금리 하락에 따른 뉴욕증시의 호황이 개인 투자자들의 더 많은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운용사 티로프라이스의 블레리나 우루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회복력을 감안할 때 금융 상황의 추가 완화는 물가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는 수요에 자극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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