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 규제 법안에 합의했다.
9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 EU 27개 회원국 대표 등은 3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AI 규제법 도입에 합의했다.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터넷 혹은 보안 영상에서 생체 정보를 스크랩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사법당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수색, 테러 위협 예방, 살인·강간 등 범죄 용의자 추적 등을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은 허용하는 등 일부 예외 조항을 뒀다.
아울러 오픈AI의 챗GPT, 구글 바드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규제하되 국가 안보와 법 집행을 위해 활용하는 AI에는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이번 규제법에 따라 EU에서 사업하려는 기업, 특히 자율주행차나 의료 장비와 같은 고위험 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은 데이터를 공개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하는 기업은 최대 3500만유로(약 497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는다.
EU의 AI 규제 논의는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2021년 4월 법안 초안을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법안을 다시 작성하게 됐다. 초기 단계에선 챗GPT를 지원하는 범용 AI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협상에서는 특히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기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규정 완화를 주장하면서 난항이 빚어졌다.
이번 기술 규제 법안의 최종 합의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법안 초안은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의 공식 승인을 거쳐야 한다. 승인 후 완전히 발효되기까지는 2년이 소요되며, 이후 EU는 AI 규제를 위한 국가 및 범유럽 규제 기관을 창설할 예정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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