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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화폐는 이처럼 중요하다. 근래 ‘지역화폐’라는 표현이 남용되지만, 한은법을 봐도 잘못됐다. 정확한 용어는 지역사랑상품권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는 지역상품권 발행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명시돼 있다(제4조). 발행에 관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고도 돼 있다. 발행 여부부터 자치행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뒤흔들며 지역상품권 지원에 7000억원을 배정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원안에는 1원도 없는데, 신설하라고 한다. 예산 심의에서 국회가 지출 비목을 신설할 수 없다는 헌법의 위반이다. 예산안 처리에서 국회의 위헌적 구태가 처음은 아니지만 과하다. 지역상품권 발행을 위한 정부 지원이 ‘이재명표 예산’처럼 된 탓이 크다. 지방 경제가 어렵다 보니 이런 인기영합적 예산 배정이 먹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주당은 이 예산 외에 에너지바우처·새만금 SOC 예산으로 각각 7000억원, 5000억원을 늘리지 않으면 감액 예산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감액 예산은 정부가 역점을 둔 사업의 내년 지출비를 확 깎겠다는 것인데, 정부안보다 줄여 야당 독단으로 처리한 적은 없다. 지역상품권 발행은 정부 예산에서 직접 지원할 사안이 아니라는 행정안전부의 입장 표명도 있었다. 법의 취지, 투입비용 대비 효용성, 지역 간 무차별성 같은 문제점 때문이었다. 지역상품권 논란에 건전재정을 위한 내년 예산안이 뒤틀릴 판이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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