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심사’에 스팩 상장 철회 잇달아…삼프로TV의 운명은

입력 2023-12-11 17:14  

이 기사는 12월 11일 17: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허들이 높아지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신한제8호스팩은 지난달 홍보·마케팅 기업 함파트너스와의 합병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도 반년째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파두사태’ 이후 실적이 저조한 기업에 대한 상장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심사 통과가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스팩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신한제8호스팩이 지난달 23일 상장을 철회했다. 신한제8호스팩은 함파트너스와 지난 6월 합병신고서를 제출했다. 함파트너스는 기업가치 550억원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PR업계 1호 타이틀을 노릴 계획이었다. 함파트너스 관계자는 “합병 진행 과정에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예비심사를 철회했다”며 “상장을 포기한 것은 아닌만큼 내년에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파트너스는 올해 매출을 139억원, 영업이익을 27억원으로 전망했다. 내년 영업이익이 30억원을 넘은 뒤 2025년 4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광고업계의 업황을 들어 함파트너스의 실적 전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은 복잡한 절차를 피해 빠른 시일 내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려는 중소형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지로 불린다. 하지만 ‘파두사태’로 거래소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와 금감원이 합병기업의 미래 추정이익과 업황 등을 깐깐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IPO주관사 관계자는 “특례상장 기업이나 스팩 합병 기업은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 역시 이런 이유로 상장예비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브로드캐스팅은 지난 7월에 기업가치를 2441억원에 산정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반년 가까이 심사가 지연됐다. 이브로드캐스팅의 주가수익비율은 방송·광고를 주력으로 하는 동종업계의 평균 주가수익비율(13배)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브로드캐스팅의 심사가 연기되면서 코스닥 상장 예정일도 내년 1월 16일에서 3월 20일로 연기됐다. 이 기업보다 늦게 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제이투케이바이오(9월), 크리에이츠(8월)의 심사 승인이 이달 완료된 것과 대비된다.

합병 대상을 찾지못하고 상장 폐지되는 스팩도 나온다. 2021년 상장한 NH스팩19호는 지난달 13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삼성스팩4호도 상장 존립 기한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받았다. 삼성머스트스팩 5호도 이날 관리종목 지정이 예고됐다.

피아이이(하나금융25호스팩), 제이투케이바이오(교보11호스팩) 예비심사 단계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도 증권사의 스팩 상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에만 NH스팩30호, 삼성스팩9호, 교보스팩15호 등 세 곳의 스팩이 상장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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