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 다니는 김모씨(34)는 3년 전부터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집이 서울인데 뭐 하러 나가 사느냐”는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독립을 택했다. 김씨는 “전세 대출 이자 월 80만원에 관리비 월 20만원 등 부모님과 살았다면 쓰지 않았을 생활비가 부담스럽긴 해도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며 “결혼하면 혼자 살기도 끝나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34.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들의 연소득은 평균 3010만원으로 전년 대비 300만원 늘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솔로 이코노미’가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가구의 소득과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연소득은 평균 301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1%(300만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1인 가구의 61.3%는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었고 16.8%는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인 가구 내에서도 ‘빈부 격차’가 큰 것이다. 1인 가구 소득을 전체 가구 소득(평균 6762만원)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됐다. 1인 가구의 소비 지출은 월 155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0.1%(14만2000원) 늘었다. 전체 가구(월 249만5000원→264만원, 5.8%)보다 소비 증가 속도가 빠르다.
작년 10월 기준 취업한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20만4000가구 늘어난 455만5000가구였다. 직업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23.9%), 사무 종사자(16.5%), 단순 노무 종사자(15.4%)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해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솔로 이코노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 평가센터장은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량 구매가 늘어 소비시장 자체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2021년 기준으로 평균 44.4㎡(13.4평)였다. 40㎡(약 12.1평) 이하에 사는 1인 가구가 54.6%였다. 1인 가구 중 주택 소유 비율은 작년 기준 30.9%로 전체 가구(56.2%)보다 25.3%포인트 낮았다.
고령화 영향으로 ‘실버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은 35.3%로 전년(34.5%)보다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 1인 가구는 19.8%에서 19.2%로 줄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은 1인 가구는 123만5000가구로 전년보다 6.4% 늘었다. 전체 기초수급 가구 가운데 72.6%가 1인 가구였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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