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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는 국내 기업공개(IPO) 과정 곳곳에 잠복한 제도 부실이 초래했다. 예비상장기업은 실적 공시 유예 규정을 잘만 활용하면 최대 6개월간 실적 쇼크를 숨길 수 있었다. 상장 단계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주관사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은 인력 부족 등으로 겉핥기식 부실 검증을 했다. 당국은 부랴부랴 제도 개선에 나섰다. IPO 직전 월매출 공개를 의무화했고, 주관사를 대상으론 상장 직후 급락 시 해당 공모주를 강제로 되사도록 하는 풋백옵션을 확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취지에 맞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은 사실상 없다. 펀더멘털보단 ‘정성적 요인’을 더 많이 고려한다. 상장 직후 ‘따상’을 노리는 개미들이 몰려들어 공모가보다 높게 팔고 나올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럴 것으로 예상되면 기관들은 공모가 밴드(범위) 최상단 이상 가격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풀베팅한다. 상장 첫날 이렇게 받은 공모주는 즉시 처분해 차익을 실현한다. 파두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당수 기관은 3~4년간 요건 미충족 등으로 IPO가 지연됐던 파두의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의심했지만, 최상단 가격에 주문을 쏟아냈다. 파두 수요예측 경쟁률이 363 대 1에 달했던 이유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놔둘 순 없다. 수요예측 부실로 공모가의 고평가가 만연해 있고 파두 사태처럼 문제가 터지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상장 직후 ‘역사적 고점’을 찍고 얼마 후 공모가 반토막 밑으로 떨어지는 공모주가 속출하는 배경도 된다. 이는 코스피·코스닥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 중 하나란 분석도 있다.
높은 가격과 많은 물량을 써낸 순서대로 공모주를 나눠주는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일정 기간 의무보호예수 전면 도입을 포함해 기관이 보다 책임감 있게 공모가를 산정하고 그렇게 한 기관이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제2의 파두 사태도 막고 국내 증시도 신규 상장주로 인한 지수 하락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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