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주택 가격이 급등했고, 이후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생애 최초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연령대도 높아졌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전보다 크게 올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이 미 인구조사국과 연방주택금융청(FHFA), 미 주택담보대출 기업 프레디맥, 미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리서치, 부동산 중개업체 리얼터 등을 종합해 추산한 결과 주택 구매로 인한 월 지출 평균은 지난 3분기 3322달러(약 437만원)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1716달러)의 약 2배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달 주담대 원리금 등으로 226만원을 냈다면 이제 437만원까지 뛴 것이다.
주택 구매로 인한 월 지출 평균은 2021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시작해 2분기 2000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2분기 3046달러를 기록했다.
집을 사지 않고 임대할 때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적었다. WSJ에 따르면 주택 임대로 인한 월 지출 평균은 3분기 2184달러(약 287만원)로 2019년 4분기(1864달러)보다 17% 올랐다.
2019년 4분기에는 집을 임대할 때 비용이 구매할 때 비용보다 비쌌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역전이 시작됐고 본격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3.3% 수준이었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 10월 7.9%까지 올랐다. 현재 7.17%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2년 전의 2배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면 주택 구매자가 살 수 있는 집의 금액대가 확 낮아진다. 이자가 불어나 매달 내는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WSJ은 Fed가 금리를 인상하기 전 월 주택 구입 예산이 2000달러인 사람은 40만달러 이상의 주택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29만5000달러 이하의 주택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주담대 금리가 높은데도 미국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담대 금리가 급등하면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매도 물량은 늘어나면서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나 지금 미국 집값은 공급 부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매수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리얼터 등에 따르면 미국 기존 단독주택의 매매가 중간값은 지난 10월 39만2000달러(약 5억1000만원)로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5세로, 지난해 역대 최고치(36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올해 주택 구매자 중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은 3분의 1로 평균(38%)보다 낮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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