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기금 모금행사에서 “이스라엘이 무차별적인 폭격 때문에 국제 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두 국가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한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경고성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두 국가 해법에 근접한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정부 지도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10월초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대서양에 항공모함 함대를 전개하고 대량의 포탄을 공급하는 등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해왔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휴전 요구를 묵살하고 153개국이 동의한 유엔총회 휴전 촉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논란도 감수했다.
최근 미국의 기류가 바뀐 것은 하마스 제거 후 가자지구 처리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도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지 않겠다”며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정책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오슬로의 실수’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993년 노르웨이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에 합의한 게 실수였다는 의미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는 하마스스탄(Hamas-stan)도 파타스탄(Fatah-stan)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지구 점령 또는 간접 통치를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미국이 등을 돌린다면 이스라엘은 국제적으로 고립될 전망이다. 두 달여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1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희생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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