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최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을 담당하는 AVP사업팀의 본거지는 충남 천안이다. 신입·경력사원 채용 때 ‘서울에서 KTX로 한 시간 거리’라고 강조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전자는 AVP사업팀의 개발 조직을 경기 화성·용인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출퇴근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경기 중부로 조직을 옮겨 직원 이탈을 막고 외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인력 확보전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직속으로 최첨단 패키징 전담 조직인 AVP사업팀을 구성했다. 임직원은 수백명 규모로 알려졌다. 올 3월엔 TSMC에서 최첨단 패키징을 맡은 린준청 씨를 영입해 AVP사업팀 개발실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신입직원 채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9월엔 AVP사업팀이 독자적으로 주요 대학을 돌며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팀 단위 조직이 직접 대학에서 채용 행사를 여는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삼성 정보기술(IT) 계열사에서도 인력을 충원 중이다. 검증된 엔지니어를 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맏형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조직이어서 인력이 옮겨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경력직 채용의 주요 타깃도 최첨단 패키징 인력 확보다. SK하이닉스는 채용 대상 28개 직무 중 16개의 주요 수행 업무로 ‘패키징 개발’을 명시했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꼽히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FOWLP)’,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계기로 중요성이 커진 ‘2.5D 시스템인패키징(SiP)’ 개발 인력 충원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패키징 인력 블랙홀이 되면서 OSAT(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로 불리는 앰코, 스태츠칩팩 등 외국계 패키징 전문 업체는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OSAT 기업 관계자는 “공들여 육성한 3~4년차 대졸 신입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황정수/김익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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