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은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뉴질랜드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루닛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미국 내 자체 AI 솔루션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
루닛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볼파라 지분 100%를 1억9307만 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키로 의결했다.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된 볼파라 전일 종가 기준 주당 0.78호주달러에 프리미엄 47.4%를 붙인 금액이다. 전일 기준 볼파라 시가총액은 1억9332만 호주달러(약 1672억원)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자금을 외부 차입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볼파라는 내년 2분기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며,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볼파라 최종 인수 이후,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호주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이다.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점유율은 42%였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관련된 약 14개의 제품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대표 제품인 '볼파라 덴서티(Volpara Density)'는 유방 조직의 밀도를 정량화해 유방암 위험 평가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다. 2차원 유방촬영술과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모두에서 유방 밀도에 대한 객관적 측정값을 제공한다.
유방암 검사에서 유방 밀도 측정은 미국의 여러 주정부에서 법제화할 만큼 유방암 검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유방 조직 밀도를 정확히 측정해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볼파라 덴서티 제품의 활용도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볼파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2% 증가한 2610만 뉴질랜드달러(약 210억원)였다. 2023년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 말 기준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약 282억원)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은 63%였다.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출 구조가 병원과의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추후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볼파라는 회사 설립 후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면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양사의 사업적, 재정적 시너지를 통해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전망이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루닛은 볼파라 데이터를 활용해 주로 동양권 여성의 데이터를 학습한 루닛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및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제품 고도화를 꾀할 예정이다. 또한 볼파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추가 공급할 기회를 얻게됐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는 "볼파라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번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번 인수 계약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사업적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한편, 다른 어떤 회사도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 양사가 암 검진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앞으로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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