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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초는 유치 실패 후 나온 대통령 담화에 녹아 있다. 바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는 대목이다. ‘박빙’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관료와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받은 보고가 엉터리였다는 것을 에두른 표현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언제든 마찬가지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평소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임직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부도 직전에야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가끔 거슬리고 불편하더라도 객관적 상황을 꿰뚫고 직언하는 부하를 아껴야 한다.
이는 경청(傾聽)의 중요성과도 맞물린다. CEO는 평소 임직원을 존중하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하고 진실한 보고를 받을 수 있다. 일방통행만 하는 CEO는 ‘불편한 진실’을 들을 수 없다. “경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다산경영상(전문경영인 부문) 수상 소감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실패에 대한 책임과 설명, 위로의 방법 등도 곱씹어볼 만하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확정되자 곧바로 나온 대통령의 담화는 리더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사례다. “엑스포 실패는 저의 부족”이란 말은 즉각적이고 솔직했다. 적절한 설명이었다(다만 위로의 방법은 적절치 않았다).
올 연말 기업 인사철이 끝나간다. 새로 임명되거나 유임된 CEO 모두 ‘엑스포의 추억’에 담긴 소소한 교훈을 되새겨보길 권한다. 녹록지 않은 내년 경영환경을 버텨내고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서 살아남길 응원한다. 밤낮으로 공장을 돌고 바이어를 쫓아 해외를 누비다, 가끔 떡볶이를 시식해야 하는 고단함도 이겨내길 바란다. 건투(健鬪)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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