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방문이)반도체 산업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으로 불리는 이번 순방 성과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생존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대통령실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ASML 본사 방문 소감에 대해 “이번이 열 번째 (ASML 본사) 방문인데 윤 대통령 본대에 합류해서 가보니 에스코트를 제대로 받아 이렇게 빨리 도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함께 방문했다. ASML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ASML과 1조원을 공동 투자해 한국에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를 건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시설에 있는 ‘클린룸’을 둘러보기도 했다. 클린룸 시찰에는 한국 측 인사 중 이 회장과 최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만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장비와 관련한 깨알 같은 질문들을 쏟아내 현장에 있던 ASML 등 기업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네덜란드 도착 전 공군 1호기 내에서 2시간 가량 참모들, 부처 장관들과 반도체 관련 회의를 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네덜란드 순방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ASML의 노광장비 연간 생산량은 고작 10대에 불과하다”며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이 ASML과 손잡고 공동연구소를 짓는 것은 이른바 ‘기술동맹’을 구축했다는 의미
”라며 “ASML 장비를 확보하고, 최첨단 반도체 공정 역량을 강화하는 데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5일 귀국 직후 네덜란드 출장 성과를 묻는 취재진에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같이 귀국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도 “EUV는 가장 중요한 반도체 장비 가운데 하나인 만큼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튼튼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병욱/오형주/김익환 기자 dod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