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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인류 문화유산의 최대 파괴자는 인간이다. 정치 종교 이념 등 여러 이유로 예술품과 종교적 상징물, 서적 등을 파괴해온 역사가 깊다. 예술품이나 문화재를 파괴하는 반달리즘이란 용어의 기원이 된 5세기 중엽 반달족의 로마 침략과 문화 파괴로부터 러시아의 폭격에 초토화된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성당까지 침략과 전쟁은 예외 없이 문화유산 파괴를 동반했다. 왕조나 국가, 정권이 바뀌면서 훼손·파괴된 경우도 많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는 사상 탄압인 동시에 문화 파괴였다. ‘우상 파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훼불 사건’은 현대에도 진행형인 반달리즘이다.
세계 각국 문화유산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전승하고 있는 것은 인류가 현대에 와서 이룬 진보다. 하지만 아직도 반달리즘은 그치지 않고 있다.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담장이 이틀 연속 스프레이 ‘낙서 테러’를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밤 빨강·파랑 스프레이로 글씨를 써 훼손한 담장 길이가 44m를 넘는다. 문화재당국이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하루 만에 또 3m의 담장이 낙서로 훼손됐다.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건 ‘문화 테러’이자 범죄다. 한 번 망가지면 복원할 수도 없다. 낙서범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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