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수합병(M&A)은 대단히 많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바른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려는 편”이라는 의견을 종종 밝혔다. 이런 소신을 감안할 때 쿠팡의 이번 파페치 인수는 이례적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쿠팡의 파페치 인수 결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기업가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NYSE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금액은 46억달러(약 5조2200억원)에 달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50달러에 육박해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111조원을 찍기도 했지만 장기간 내리막을 타 이달 18일엔 주가가 16.15달러(종가)까지 미끄러졌다. 시총은 289억달러(약 37조775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순이익을 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배당 여력이 없는 쿠팡 경영진 입장에선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파페치를 통한 K패션의 세계화 같은 것들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페치에는 전 세계 550여 개 편집숍이 입점해 있다.
파페치를 K패션이 글로벌 소비자들과 대면할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페치는 뉴가즈그룹의 최고급 스트리트 브랜드인 ‘오프화이트’를 성공시킨 경험도 있다.
쿠팡 안팎에선 “국내 e커머스업계 숙적인 네이버가 미국에서 쓰고 있는 성공 방정식이 김 대표를 자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웹툰만 해도 일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에서도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올 들어 10월까지 네이버웹툰의 세계 누적 인앱 구매 수익은 6억7000만달러(약 871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직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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