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자 부동산시장 안정이 내년 경제 정책의 주요 화두가 된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면 주택 거래가 정상화해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주택자의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이른바 ‘다주택자 규제 3종 세트’를 한꺼번에 풀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징벌적 부동산세’를 정상화하고 주택 거래를 늘려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중 현실화한 건 종부세 중과 완화가 유일하다. 여야 합의로 2주택자에 대한 중과가 사라졌다. 취득세 중과 완화는 야당 반대에 부딪혔고 양도세는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한시적으로 중과를 유예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택 보유 기간이 2년 이내거나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기본 세율은 6~45%에 20~30%포인트를 더 매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중과세율이 10%포인트 더 높아졌다. 다만 정부는 시행령을 바꿔 양도세 중과를 내년 5월 9일까지 유예했는데 이를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와 행안부는 올초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2022년 12월 21일 이후 취득한 주택에 취득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뒤 진전이 없다. 정부는 내년 초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소급 적용도 예정대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양도세·취득세 중과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PF 대책의 핵심은 ‘옥석 가리기’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사업장에는 충분히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PF 보증을 올해 대비 수조원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부실 사업장에는 대주단에 대한 만기 연장을 중단하는 등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해온 이른바 ‘좀비 사업장’을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지방 중소형 건설사가 잇달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작업)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 건설사에 ‘묻지마 대출’을 해준 일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으로 부실이 전이되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강경민/서기열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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