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해상운송 계열사 팬오션 주가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모회사인 하림 주가가 연일 급등하는 것과 대조된다. 초대형 해운사 탄생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팬오션이 HMM 인수 자금을 대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향후 주가 전망도 좋지 않다. 증권가에선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포기한단 보고서까지 나왔다.
21일 오전 10시 49분 현재 팬오션은 전장 대비 0.13% 하락한 3995원에 거래되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19일 개장 전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래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하림은 반면 이 기간(19~20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지속한 데 이어 이날 장초반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 시간 현재 오름폭을 축소한 상태로 주가는 4%가량 상승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대해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로 전락할 수 있단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수 경쟁에선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 탓에 도리어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팬오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HMM의 경쟁력을 높여 '승자의 저주' 우려를 씻어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실제 이번 매각건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우선 수조원의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건지부터 의문이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HMM 인수가는 약 6조4000억원으로 하림의 현금 보유액(10조원)의 60%가 넘는다. 이 마저도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개발 사업 등으로 실제 가용 현금은 수천억원에 불과하단 얘기가 있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하림그룹이 인수금액 6조4000억원 가운데 2조~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 중 최대 3조원을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규모도 하림그룹(약 17조원)이 HMM(약 26조원)보다 적다.
하림·하림지주 등 이번 매각건에 얽혀 있는 다른 회사와 팬오션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는 건 결국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 요인으로 작용해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 증권가가 내놓은 주가 전망도 부정적이다. 신영증권은 팬오션에 대한 분석을 중단한단 의사까지 밝혔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의 가치 회복의 기간이 1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확한 주주가치 희석비율을 알 수 없단 점에서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팬오션에 대한 커버리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모두 낮춰잡았다. 그는 "투자의견·목표주가 하향은 HMM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영구채 발행 및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인수희망가액 6조4000억원 중에 약 3조3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은 약 2640억원으로 추정(금리 약 8%)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JKL파트너스 측에서 약 7000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금융과 JKL파트너스의 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이 약 2조4000억원 수준인데,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영구채 5000억원(제3자배정), 자체보유현금 및 유상증자,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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