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작할까 망설이고 머뭇대는 나/
살짝 나아가 보지만 아직은 겁이 나/
별 보며 소원을 빌어 나를 이끌어주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게 해 달라고/
시련도 찾아오겠지만/
하나씩 이겨나갈 거야/
나 이렇게 소원을 빌어/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이렇게 소원을 비네/
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
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의 대표곡이자 주제가인 ‘This wish’의 한국어 번역 가사 일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아샤(목소리 연기 및 노래 아리아나 드보스)가 숲속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다. 영화가 시작된 지 약 25분이 지나 나온다. 극 전개상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는 노래다.
이 노래 가사의 핵심 단어는 ‘별(star)’과 ‘소원(wish)’이다. 영화 제목인 ‘wish’는 이 노래뿐 아니라 극 중 대사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역사에 밝다면 이 단어들이나 극 중 내용을 보고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듯싶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주제가이자 한동안 디즈니의 회사 주제곡으로 쓰인 ‘When You Wish Upon a Star’다.
노래는 ‘네가 별에 소원을 빌면, 네 꿈은 이뤄진다(Your dreams come true)’란 가사로 끝난다. 이 노래처럼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주요 인물이 별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많다. 자신이 만든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별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월트 디즈니는 형 로이와 함께 1923년 8월 로스앤젤레스에 ‘디즈니 브라더스 카툰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위시’는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2일 개봉했으나 한국에선 해를 넘겨 선보인다.
이 영화에선 주인공이 별에 소원을 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각자 품었던 소원을 돌려주고 싶은 아샤의 소원을 들어주려 ‘스타’란 이름의 별 캐릭터가 이모티콘과 같은 모습으로 직접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은 마법사 군주인 매그니피코(크리스 파인)에 의해 통치되는 지중해 섬 나라 ‘로사스’다. 희망과 꿈이 잠재적인 불만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매그니피코는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소원을 몰수하고 안전하게 지켜주며, 때때로 자신의 통치에 지장 없고 도움이 될 만한 소원을 골라 들어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18세가 되면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얘기한 후 그 소원을 잊고 산다.
로사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섬을 소개하는 가이드로 일하던 아샤는 매그니피코를 직접 대면하고는 사람들의 소중한 열망을 없애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위한 건전한 기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샤는 스타의 마법으로 말을 하게 된 새끼 염소 발렌티노(알란 터딕)를 비롯해 섬의 친구들과 힘을 모아 매그니피코에 대항하고 왕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다.
오래된 디즈니 팬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요소가 많다. 시작부터 그렇다. ‘wish’라고 적힌 동화책을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로 시작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펼친다. 디즈니 고전물의 도입부에서 으레 나왔던 장면이다.
하지만 100년 동안 이어져 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만의 꿈과 용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링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영화의 서사구조가 빈약하다. 유일한 악당인 매그니피코의 캐릭터와 그 변화에 설득력이 약하다. 가장 소중한 소원을 빼앗겨 잊고 사는 ‘로사스’ 국민들의 문제가 뭔지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겨울왕국 1, 2’‘주토피아’‘모아나’ 등 최근 10년간 디즈니 장편 대표작들을 재밌게 봤다면 이 영화는 지나치게 구식이고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 고전의 가치와 지향점을 되새기고 싶은 관객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어린 관객들에겐 추천할 만하다.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몇몇 넘버(삽입곡)는 주목할 만하다. 아샤의 솔로곡 ‘This wish’에선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2021)의 아니타 역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리아나 드보스의 깊은 감성과 뛰어난 가창력을 느낄 수 있다.
극 후반부 매그니피코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는 합창곡 ‘Knowing What I Know Now’에선 다채로운 타악 반주를 주의 깊게 들을 만하다. 다만 ‘Let It Go’(겨울왕국)나 ‘How Far I’ll Go’(모아나)처럼 처음 듣자마자 귀에 감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넘버가 없는 것은 아쉽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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