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대표적인 황금 빈티지는 2008년이었다. 벤처펀드 청산이 완료된 2004년부터 2021년 중 2008년 결성된 벤처펀드의 납입액 대비 총가치(TVPI)가 3.58배로 가장 높았다. 금융위기 후 기업가치가 하락한 시점에 투자한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지난 2년 벤처투자 혹한기를 지나오면서 알짜 벤처·스타트업의 가치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반대로 기대 수익률은 오를 만큼 올랐다. 내년 한 해가 투자의 최적 시기라는 시장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투자 시기와 대상을 저울질하는 사이 금고에는 현금 실탄이 쌓였다. 경기 회복과 고금리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형 VC들도 올해 대비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는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있다. 곧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게 투자 업계의 전망이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모태펀드 등 정부의 벤처창업 관련 예산은 내년 1조4452억원으로 올해보다 9.2% 늘어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 가장 어둡고 모두가 위축돼 있던 시기, 그 기회를 잡은 혁신 기업·투자가들이 기존 판을 흔들며 200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의 초압축 성장에 힘을 보탰다. 새로운 10년 아니 50년의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갈 제2의 네이버·쿠팡·토스 후보 업체들은 지금 거친 숨을 내쉬며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최고의 당도를 품은 명품 포도나무처럼 지금의 역경을 뚫고 2024년 황금 빈티지의 주인공으로 빛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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