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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처음으로 '매도' 의견을 제시했던 애널리스트 A씨에 대해 이달 또 한 차례 서면 질의를 요청했다.
당국이 주목한 것은 지난달 8일 에코프로에 나온 매도 리포트였다. 리포트가 나온 당일 금감원은 신문고를 통해 '시장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매도 리포트를 굳이 폭락장에 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이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최근 이 민원을 "사실을 오인했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과정에서 "과도한 조사"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9월 초까지만 해도 100만원을 웃돌았지만, 11월 초 50만원선까지 반토막이 났다. 에코프로는 공매도 금지 당일인 11월 6일 상한가를 찍었을 뿐, 리포트가 발간된 8일부터는 사흘간 약 20% 하락했다. A씨의 매도 리포트에 더해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비관론에 합세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당국은 A씨에 '리서치센터 내 분석 리포트 발표 주기를 정하는 매뉴얼이 있는지'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코스닥지수 주가 등락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 종목을 증권사가 거론할 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민원인 의견에 대한 A씨 측 의견은 어떤지 등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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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리포트 발간 주기를 갖고도 당국이 사실조회를 요구했다는 소식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적 발표일에 리포트가 나오는 것은 일반적인 일인 데다, 매수 일색의 리포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국의 주문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모든 상장사들은 분기 한 번씩 실적을 공시해야 한다. 특히 덩치가 큰 기업들은 분기 실적 공시와 더불어 실적 콘퍼런스콜을 여는데 애널리스트들 대다수가 실적 발표일이나 콘퍼런스콜 진행일에 맞춰 당일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A씨는 에코프로 콘퍼런스콜이 진행된 날 오후에 리포트를 발표했고 다른 종목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 하에 자료를 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무리 민원이 접수됐다고 할지라도 '기업 분석'이 주된 업무인 애널리스트로서 할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일 수 있다"며 "당국 차원에서 민원이기 이전에 단순 불만인 것은 아닌지 검토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로선 이처럼 당국의 사실조회 요청에 계속 응하는 것만으로도 분석 활동에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 측은 민원 처리 절차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단 입장이다. 실제로 감독당국에 접수되는 민원들 대다수는 민원인의 '사실오인'이나 '이해부족' 등으로 종결된다. 하지만 민원이 접수되면 일단 회사에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구조여서 악성민원 등에 투입하는 시간도 많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금융민원총괄국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면 사실조회 등 자료 요청이 원칙"이라며 "사안별로 불만 수준의 민원도 있고 실제 검토할 만한 민원도 있는데 각 사안에 따라 우리 국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각 유관 국으로 이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매도 리포트 주기와 관련한 조사는 금융민원총괄국이 아닌 유관국에서 진행했다.
금감원은 앞선 4월에도 '가격과 환율 가정이 달라 A씨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을 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민원을 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A씨에 서면으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이 또한 '사실 오인'으로 기각 처리됐다. A씨는 지난 4월 에코프로에 증권가 첫 '매도' 의견을 내놓은 뒤로 지난달 8일까지 총 3개의 리포트를 더 냈다. 이들 리포트에서 투자의견 '매도'는 모두 유지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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