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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 둔화 우려에도 위안화의 국제적인 입지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0년 중반 이후 중국의 국경 간 위안화 상품무역 결제 규모가 월간 기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해 현재 중국 전체 상품무역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중국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19년의 13%에서 두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한 전 세계의 은행 간 송금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따르면 11월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은 4.6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7%를 넘는다. 올해 1월만 해도 이 비중은 2%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외국 기업이 스위프트를 통하지 않고 위안화로 결제하는 금액까지 더하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이 구축한 ‘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 결재액은 지난해 96조7000위안으로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위안화 결제 비중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 대부분을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자, 중국 자동차 산업의 주요 시장이다.
위안화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결제 비중(47%)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통제로 위안화의 투자 매력이 줄어들고, 미·중 갈등이 가속화하는 상황 속에 상품 무역에서 위안화 입지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고 WSJ은 짚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도 중국과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은 동남아 국가를 거쳐 미국 등 서방국으로 수출되는데, 이들 국가가 앞으로 위안화 보유고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높아지면 서방국가들의 달러 거래 제재도 힘을 잃게 된다. 이는 서방국과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경제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수출 강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WSJ는 “전 세계 정치적 갈등이 결제 시스템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더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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