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8일 11: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그룹이 3조원 몸값의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에 나섰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을 살리고, 그룹 전체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알짜 자회사인 에코비트 매각이 성사되면 태영건설도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확정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면 채권단 주도로 에코비트의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태영 측은 에코비트의 지분 50%를 보유 중인 합작 상대인 KKR과도 매각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태영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주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하고, 평택싸이로의 일부 지분도 팔았다. SBS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계열사는 모두 정리해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을 합병해 만든 기업이다. TY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50 대 50으로 갖고 있다. 매립·수처리 사업과 의료·산업 폐기물 소각 및 재활용이 주요 사업이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64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6117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209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18.8%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500억원에 이른다. 에코비트의 몸값이 2조~3조원 수준까지 거론되는 배경이다.
에코비트가 태영그룹과 KKR이 합작 회사인 만큼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서려면 KKR의 동의가 필요하다. 태영그룹은 올 초 KKR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일부를 담보로 잡히기도 했다. 다만 KKR이 그간 태영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도왔고,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매각 외엔 다른 방안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매각을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태영그룹이 에코비트의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에코비트 매각을 자구책에 담아 채권단에 제출한 만큼 태영그룹 입장에선 일정 기간 내에 에코비트를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매각 과정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M&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인데다 폐기물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다소 꺾인 것도 악재다.
에코비트 매각에 성공하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이 직면한 급한 불을 어느 정도 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1조7436억원이다.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2001억원), 국민은행(1600억원) 등이다. 11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잔액은 3조898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달 3956억원, 내년 1분기 4361억원의 보증이 만기를 맞는다.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은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채권단은 대출 만기, 개선 계획 등을 관리하게 된다.
차준호/박종관/류병화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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