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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격전지 출마’, ‘비례대표 후 선거 유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되기 전인 이달 초 여권에선 ‘한동훈 활용법’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거론됐다.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출마 후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를 돕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지난 26일 취임과 동시에 지역구뿐 아니라 비례대표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역대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셀프 공천’한 뒤 국회로 직행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장에서 시작된 ‘주류 희생’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 중진·친윤 의원을 향해 희생을 요구했지만, 이에 호응한 인사는 친윤(윤석열 대통령)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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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희생 바람이 불 때 몸 사리기에 급했던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쇄신 명분을 굳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들 역시 공천 또는 출마와 관련한 스스로 어떤 진퇴 여부에 대한 결정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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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 중앙위원회는 비례대표명단 의결을 연기했고 김 전 위원장 비례 순번을 14번으로 내렸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까지 내비치며 당내 분란은 더 커졌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그의 요구대로 비례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지만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좋은 선례도 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개혁안을 내놓자 당 안팎에서 지역구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박 전 대통령 지역구는 텃밭인 대구 달성이다. 사실상 출마가 곧 당선인 곳으로 4선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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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며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 뒤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비례 1번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으나 박 전 대통령은 중간 구간인 11번을 받았다. 그 승부수는 통했고, 박 전 대통령은 비례 당선에 성공한 뒤 그해 말 대권을 잡았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면 한 위원장은 ‘희생을 하면서도 총선 승리를 이끈 당대표’로 남게 된다”며 “이후에는 대권으로 직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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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한 라디오에 나와 “한동훈의 행보를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한동훈이 불출마했는데 그다음 뭐 하지' 이렇게 자꾸 의문을 가지게 한다. 굉장히 고도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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