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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12월 29일 오후 4시 9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2005년 3월 1일 서울 공평동 종로타워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MBK파트너스를 창업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의 아시아헤드로 이미 명성을 얻었을 때지만 사무실은 초라했다. 텅 빈 사무실에서 그는 입에 단내가 나도록 일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그 시절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볐다”고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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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2020년 출간된 그의 자전적 소설 <오퍼링스(Offerings)>에는 김 회장의 경험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열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뼛속까지 미국식 자본주의를 새긴 그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오퍼링스>에서 “한국 재벌 모델의 핵심은 왕조 승계”라는 등의 표현을 쓰며 외환위기 때 형제간 다툼으로 한 대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서술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 대목이 최근 한국앤컴퍼니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회장의 확고한 자아는 MBK파트너스 경영에 양날의 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수많은 투자 승부처에서 최종 책임을 지며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독불장군이라는 지적 또한 받는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라면 냉혹한 의사결정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문화를 버티지 못해 최고 대우를 포기하고 MBK파트너스를 떠나는 이가 적지 않다.
MBK파트너스 한국사무소의 파트너는 김 회장을 포함해 9명이다. 이들이 권한과 역할을 나눠 갖고 있지만 정점엔 김 회장이 있다. 모든 최종 의사결정은 그가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여전히 투자심의위원회 의장 역할을 맡고 있고, 비토권도 쥐고 있다”며 “다른 하우스와 비교할 때 그립감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부 부회장이 김 회장과 비슷한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다면 윤 부회장은 그 반대다. 윤 부회장은 PEF업계 전체에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김 회장과는 하버드 동문이다. 투자 일선에선 다소 물러나 있지만 MBK파트너스의 균형을 잡고 민감한 문제를 조율하는 역할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그의 성격은 꼼꼼함과 집요함으로 요약된다. 회계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김 대표는 누구보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대방의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허리를 90도로 꺾어 고개를 숙이는 ‘폴더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차세대 주자는 박태현 파트너와 이진하 파트너가 꼽힌다. 박 파트너가 김앤장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김 회장이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번 듣고 반해 바로 그를 영입한 건 유명한 일화다. 2019년 말 맥쿼리PE에 매각한 대성산업가스를 비롯해 주요 포트폴리오인 골프존카운티 등이 대표적인 박 파트너의 딜이다.
컨설턴트 출신인 이 파트너는 금융 딜에 특화된 인재다. 금융 딜에 관심이 많은 김 회장의 의중을 받들어 MBK파트너스의 HK저축은행(현 애큐온저축은행)과 롯데카드 인수를 이끌었다. MBK파트너스에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안긴 두산공작기계도 이 파트너가 주도한 딜이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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