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천억원 규모의 자동차 리스 보증금을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리스회사 대표와 일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 회사는 유명 연예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원금을 돌려준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론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막는 ‘폰지 사기’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최소 1000~2000명에 달해 파장이 예상된다.
B사는 서울에 지점을 둔 대형 중고차 판매 업체다. 2010년 설립됐다. 2017년부터 소유 자동차를 고객이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계약기간 동안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오토리스 사업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개그맨 출신 딜러 이모씨 등을 전면에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2억원 정도였던 회사 매출은 2019년 208억원으로 100배 이상으로 늘었다.
B사는 낮은 리스비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차량 대금의 30~40%를 보증금으로 내면 월 납부액의 절반가량을 지원해준다고 홍보해 고객을 모았다. 해당 보증금의 70~80%는 계약 만료 시 반환하겠다는 조건도 내세웠다.
피해자 김모씨(35)는 2021년 8월 B사의 딜러로부터 시세 4500만원짜리 2019년식 볼보 XC60을 리스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김씨가 캐피털사로부터 5650만원을 대출받도록 알선했다. 대출금 가운데 2140만원은 B사에 차량 보증금으로 넘어갔다. 대신 B사는 김씨가 캐피털사에 매월 내야 하는 110만원 중 5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리스 종료 시 보증금 2140만원의 70%(1498만원)를 돌려주겠다고도 약속했다. 김씨는 월 리스료 110만원 중 60만원만 내고,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의 70%를 돌려받는 구조였다.
문제는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무더기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김씨는 작년 11월 27개월의 리스를 끝내기 위해 보증금 반환을 신청했지만 회사 관계자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캐피털사에 돌려줘야 할 대출을 김씨가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7개월 동안 김씨는 B사 지원금을 포함해 월 110만원씩 2970만원을 냈지만 캐피털사 대출이자(연 8.5%) 등을 포함해 여전히 4989만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B사는 신규 고객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고객의 보증금을 돌려막는 폰지 사기 형태로 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경기 악화 등으로 신규 고객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기존 고객의 원금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 시 딜러가 받는 수수료는 약 2% 수준인데 B사는 6%에 달하는 수수료를 딜러에게 지급했다”며 “높은 수수료와 고객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실상 기존 고객의 보증금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B사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1000~2000명 수준이다. 피해액은 인당 수천만원에서 최고 7억원까지 다양하다. 아직 회사의 지급정지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잠재 피해자까지 더하면 피해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유 대표는 지난달 18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회사를 다시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회사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변제를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유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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