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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열풍’에 힘을 보탠 사람 중에는 영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겸 기획자 김대환(33·영어 이름 제이슨 킴·사진)도 있다. 프리즈 서울에서 김환기의 그림을 조각조각 해체하는 파격적인 디지털 아트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외에선 이미 데이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뱅크시, 이우환 등 거장들의 전시 기획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익힌 그는 어떻게 유럽에서 ‘디지털 아트’로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31일 서면으로 만난 그에게 묻자, “시작은 2018년 LG디스플레이 본사와 미팅했을 때”란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대학생 때 펴낸 책을 봤는지, LG디스플레이가 본사로 초청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임원이 OLED TV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을 묻더군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건 TV가 아니라, 빈 종이처럼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을 담을 수 있는 ‘블랙 캔버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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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닌 철학의 근간엔 동양화가 있다. “예로부터 동양에선 그림뿐 아니라, 시와 글도 뛰어나야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았어요. 동양화가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그림에 철학을 담는 것. 그림 그리는 방식과 실력보다 작가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가치와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프리즈 서울 때 내놓은 김환기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환기의 1970년대 점화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디지털 그림의 픽셀을 확대해 마치 거대한 우주에서 춤추는 듯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얼핏 슬퍼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희망을 안겨주는 김환기 화백의 말과 철학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디지털 아트는 무엇일까. “지난 수백 년의 미술 역사는 ‘신을 위한 예술’에서 ‘인간을 위한 예술’로, 인상파 회화에서 바나나 하나를 전시하는 개념미술로 진화했어요. 디지털 아트는 이런 미술 발전사의 최신 버전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아트는 물리적·지리적 한계를 넘어 예술가의 철학을 세계 곳곳에 가장 공평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겁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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