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개월간 발표된 국내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 총 4021개의 투자의견을 분석한 결과 매도 의견은 단 2개뿐이었다. 매도 의견을 받을 확률이 0.1%도 안 된다. 증권사들은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 측으로부터 ‘기업금융 사업부 등에 타격이 있으니 자제하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받는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가파른 증시 상승세를 보인 지난 3개월 사이에도 매도 리포트가 꾸준히 발간됐다. 애플은 이 기간 발간된 총 45개 보고서 중 매수가 28개, 중립이 13개, 매도가 4개였다. 테슬라는 42개 리포트 중 매수 16개, 중립 21개, 매도 6개, 인텔은 44개 중 매수 12개, 중립 26개, 매도 6개였다. 이런 다양한 시각의 리포트 덕분에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뿐 아니라 부정적 측면과 위협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무조건 사라’는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니 투자자들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핀플루언서(금융 분야 인플루언서)에게 달려가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증권사는 안 믿어도 유튜버는 믿는다’는 개인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무조건 매수하라고만 하는 리포트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증권업협회와 뉴욕 증권거래소는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발간할 때 그동안 낸 투자의견을 비중별로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2002년 도입했다. 보고서 마지막 부분에 투자의견을 낸 기업 중 매수, 중립, 매도가 각각 몇 %인지 표기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매도 리포트가 활발하게 발행되는 데는 이 제도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제도 도입 전 평균 2%에 불과한 매도 리포트 비중은 제도 도입 후 10~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증권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증권사 매도 리포트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모두 서로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협의나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내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목표였지만 이미 한 해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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