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기부양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확장적인 재정 정책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2024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열린다. 이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 석학들은 사전 발표문을 통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과 연방정부 부채 등과 관련한 진단과 해법을 쏟아냈다. Fed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금리 인하와 관련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과도한 통화 긴축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배로 교수는 ‘인플레이션, 금융위기 그리고 침체’라는 발표문을 통해 Fed의 고금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초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미국을 놀라게 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실제 미국 내에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금융위기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 시장에서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5.28%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금리로 원리금 부담도 커졌다. 배로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는 2024년까지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는 서면 자료를 통해 통화 정책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테일러 준칙에 근거해서 봤을 때 Fed가 통화 정책을 적정 시점보다 늦게 시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시점에서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실제 금리가 낮았다면 통화정책 기조가 지나치게 ‘확장적’이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Fed는 인플레이션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의 우려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긴축적인 통화정책에 들어가는 바람에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들어선 이미 경기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올해 세계 경제가 전환점에 섰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과도한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전 세계 공급과 수요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로고프 교수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금융 안정성과 채권 발행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최근 처음으로 34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말 세수 감소와 연방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 증가로 33조달러를 넘은 지 석 달 만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재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97%인 미 연방정부 부채가 2053년 말이면 181%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 의회는 다음 주부터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 의회는 작년 9월 말이 시한인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두 차례 임시 예산안을 편성해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를 피했다.
한편 올해 미국경제학회는 약 6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월 초 미국 내 도시를 바꿔가며 열리는 AEA 연례총회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다.
샌안토니오=박신영/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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