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상운임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일 1896.65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7.8% 상승한 수치다. 2022년 9월 30일 1922.95 후 최고치다. SCFI가 지난해 내내 800~1100 사이를 오르내린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해상 물류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출 화물을 선적하는 화주들엔 비상등이 켜졌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는 곳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 관문인 홍해를 점거하면서 선박 통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하지만 반군 세력이 예상과 달리 더 확대되면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상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강 수위가 낮아진 것도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수에즈·파나마 리스크’에 운임이 급등하며 선사들은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특히 연초에 유럽행 노선 장기 계약을 맺는 터라 선사들은 최근 운임 반등세를 운임 인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태세다. 장기 계약을 체결할 때 SCFI를 기반으로 금액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미국행 노선의 장기 계약은 통상 3월부터 시작하는데, 이때까지 운임이 상승하면 올해 해운사 실적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HMM은 인도에서 중남미 동부로 향하는 노선 운임을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500달러가량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의 운임을 연초 일괄 인상했는데, 다음주에 가격을 한 번 더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해운사 MSC는 지난 1일부터 모든 아시아 항구에서 출발하는 화물 운임을 노선별로 30~40%가량 인상했다.
수출 기업들은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기 위해 선사들과 급하게 계약을 맺고 있다.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이처럼 계약 요청이 빗발치자 지난 1일부터 ‘성수기 할증료’를 기존 운임에 더하고 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수에즈, 파나마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출 화물을 목적지에 보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도 문제지만 해운사들이 늘어난 연료비 이상으로 운임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