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할 정도로 금리 인상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
“통화 정책을 서둘러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2024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열린다. 이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 석학들은 사전 발표문을 통해 Fed의 긴축적인 피벗(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두고 진단과 해법을 쏟아냈다. Fed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만큼 과도한 통화 긴축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현재 미국 내에선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금융위기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시장에서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5.28%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든 데다 고금리로 원리금 부담이 커졌다. 배로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는 2024년까지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테일러 교수는 서면 자료를 통해 통화 정책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일러 준칙에 근거해서 봤을 때 Fed가 통화 정책을 적정 시점보다 늦게 시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시점에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실제 금리가 낮았다면 통화 정책 기조가 지나치게 ‘확장적’이었음을 나타낸다. Fed는 인플레이션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의 우려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긴축적인 통화 정책에 들어가는 바람에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경기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고프 석좌교수는 또 “확장적인 재정 정책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금융 안정성과 채권 발행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최근 처음으로 34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말 세수 감소와 연방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로 33조달러를 넘은 지 석 달 만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2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약 97%인 미 연방정부 부채가 2053년 말이면 181%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의회는 다음주 2024회계연도 예산안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 의회는 작년 9월 말이 시한인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두 차례 임시 예산안을 편성해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를 피했다.
한편 올해 AEA에는 6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월 초 미국 내 도시를 바꿔가며 열리는 AEA 연례총회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경제학계 최대 행사다.
샌안토니오=박신영/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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