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바지사장도 소득세 내야"

입력 2024-01-08 18:15   수정 2024-09-12 14:47

회사에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세무 당국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명의를 빌려줬다면 실제 경영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조세 책임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A씨가 성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B사의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B사는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고, 세무 당국은 법인세 무신고에 따른 세금 추계 결정에 따라 2018~2019년도 귀속 종합소득세 1억6736만원을 명의상 대표자인 A씨에게 부과했다.

A씨는 “해당 처분이 실질과세원칙(사실상의 귀속자에게 조세를 부과하는 원칙)에 어긋나고, 하자가 중대해 무효”라며 소송을 걸었다.

그는 “자신은 부탁을 받고 명의를 대여한 바지사장일 뿐이고, C씨가 실제로 회사를 운영했다”며 “자신은 C씨에게 고용된 일용직 근로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명의대여는 실사업자와 합의하고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라며 “외부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과세 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봐 과세하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의 과세당국 처분은 회사 대표자에게 부과될 것으로 예정됐던 것”이라며 “원고는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라는 C씨에게 명의를 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에게는 명의 사용으로 인한 결과도 감수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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