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를 매각한다. 에코비트 지분을 나눠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공동 매각에 합의했다. 몸값은 최대 3조원대로 거론된다. ‘에코비트를 팔아서 그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라’는 채권단 요구를 태영그룹이 수용하고 KKR도 협조하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영과 KKR 경영진은 9일 새벽 에코비트를 공동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KKR에선 김양한 동북아 인프라부문 대표가 협상을 주도했다. 태영그룹 전체가 태영건설발(發) 재무 위기로 흔들리는 현 상황을 감안해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KKR은 에코비트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다. 태영이 에코비트를 매각하기 위해선 KKR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티와이홀딩스는 지난해 1월 KKR에서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잡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티와이홀딩스에 재무 위험이 발생하면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KKR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건설에 연대보증을 제공한 모회사 티와이홀딩스에도 기한이익상실(EOD)에 버금가는 재무 변동이 발생해 계약서상으론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분 몰취를 택하면 두 회사 간 법적 분쟁으로 투자금 회수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공동 매각을 택했다. 태영건설의 법정관리가 채권자와 협력사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선택이다.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KKR의 의사결정으로 무산되는 데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에서 다수 잠재 후보가 태영과 KKR을 접촉해 러브콜을 보낸 점도 공동 매각을 결정한 배경이다. 태영이 에코비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들이 태영과 KKR에 인수 의사를 전했다. EQT파트너스, 블랙록, 맥쿼리PE, GIP 등 인프라 분야에 투자하는 초대형 글로벌 PEF들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비트 공동 매각의 전제 조건은 태영건설의 순조로운 워크아웃이다. 워크아웃이 개시되지 못하거나, 무산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KKR은 언제든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에코비트 몰취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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