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에 손 내민 쿠팡…5년만에 직거래 재개

입력 2024-01-12 18:32   수정 2024-01-22 17:14


납품 단가와 판촉비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9개월 만에 거래를 재개한다. 소비자는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LG생활건강 생활용품 화장품 등 주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은 엘라스틴, 페리오, 테크 등 생활용품부터 코카콜라 등 음료, 오휘 등 화장품까지 LG생활건강의 거의 모든 제품을 차례로 로켓배송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LG생활건강의 방대한 상품 컬렉션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4년9개월 만이다. 두 회사는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며 거래를 중단했다. LG생활건강은 거래 중단과 함께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이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시정명령과 함께 약 33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선고 결과는 이달 18일 나올 예정이다.
생활용품에 화장품까지 들이기로
이번 거래 재개는 쿠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먼저 나선 이유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거센 도전이 꼽힌다. 두 쇼핑몰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를 자극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들 쇼핑몰이 압도적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하는 생활용품은 쿠팡이 장악한 분야다. 쿠팡으로선 중국 쇼핑몰의 공세에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쿠팡은 초저가 상품 주도권을 일부 내주더라도 부피와 중량이 커 배송이 쉽지 않은 세제 음료 화장지 물티슈 등과 같은 상품시장 지배력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LG생활건강과의 협력 재개가 시급해진 이유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물류센터와 배송망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이기도 하다. 중국 쇼핑앱은 최근 코카콜라 등 일부 LG생활건강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배송이 오래 걸려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분기당 성장률은 작년 1~3분기 평균 7.9%에 그쳤다. 쿠팡은 성장 둔화에 대응해 최근 상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LG생건, 중국 부진 만회 포석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쿠팡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인의 ‘애국 소비’까지 더해져 한국 화장품 소비는 확 꺾였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9월 61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5%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LG생활건강으로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가 라인을 쿠팡에서 팔기로 한 것도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11월부터 햇반 등 주요 제품을 쿠팡에서 철수했다. 납품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쿠팡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CJ제일제당 온라인 판매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조건만 맞는다면 납품 재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재광/전설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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