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단가와 판촉비용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9개월 만에 거래를 재개한다. 소비자는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LG생활건강 생활용품 화장품 등 주요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쿠팡은 엘라스틴, 페리오, 테크 등 생활용품부터 코카콜라 등 음료, 오휘 등 화장품까지 LG생활건강의 거의 모든 제품을 차례로 로켓배송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LG생활건강의 방대한 상품 컬렉션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4년9개월 만이다. 두 회사는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며 거래를 중단했다. LG생활건강은 거래 중단과 함께 불공정행위를 이유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이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시정명령과 함께 약 33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선고 결과는 이달 18일 나올 예정이다.
쿠팡은 초저가 상품 주도권을 일부 내주더라도 부피와 중량이 커 배송이 쉽지 않은 세제 음료 화장지 물티슈 등과 같은 상품시장 지배력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LG생활건강과의 협력 재개가 시급해진 이유다.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물류센터와 배송망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경쟁력이기도 하다. 중국 쇼핑앱은 최근 코카콜라 등 일부 LG생활건강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배송이 오래 걸려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분기당 성장률은 작년 1~3분기 평균 7.9%에 그쳤다. 쿠팡은 성장 둔화에 대응해 최근 상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번 합의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11월부터 햇반 등 주요 제품을 쿠팡에서 철수했다. 납품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 신세계, 네이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쿠팡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CJ제일제당 온라인 판매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조건만 맞는다면 납품 재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재광/전설리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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